'반전세 시대' 직격탄 맞은 전통 인테리어 시장

입력 2016-03-28 18:04  

현장 리포트

"내 집도 아닌데 도배 왜 하나"…방산시장, 이사철 대목 사라져
반전세·월세 비중 50% 육박…벽지·장판 수요 쪼그라들어
"하루에 손님 1~2명 불과"

'셀프 인테리어' 열풍도 악재…소형가구·소품 시장은 활황



[ 이수빈 기자 ] 국내 ‘인테리어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주교동 방산시장. 1976년 방산초등학교 터에 조성된 이래 벽지 바닥재 타일 등 인테리어 자재 관련 업체가 밀집해 있어 업계 풍향계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35년째 인테리어업을 하는 덕유상사는 올 들어 직원 3명을 모두 내보냈다. 작년부터 손님이 줄어 일감이 뚝 끊겨서다. 호황기에는 아르바이트생까지 포함해 직원이 10여명에 달했지만 이젠 가족끼리 운영하고 있다. 덕유상사 인근에서 삼화페인트 대리점을 운영 중인 김모 사장도 “직원 2명을 정리하고 이젠 아들과 둘이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산시장 불황은 반전세가 늘어나면서 부동산시장 질서가 변하고 있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반전세집이나 월세집에선 도배와 장판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비중이 46.4%로 전년 평균(41%)에 비해 5.4%포인트 높아졌다. 2012년(34%)보다 12.4%포인트 상승했다. 이길재 한올인테리어 실장은 “순수 전셋집에선 보통 2년 이상 살기 때문에 입주할 때 벽지와 장판을 바꾸지만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면 ‘내 집도 아닌데 도배를 왜 하느냐’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목에 속하는 봄 이사철이지만 체감경기는 비수기인 겨울철보다 못하다는 게 방산시장 상인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최창훈 종로벽지 과장은 “하루에 손님이 한두 명밖에 안 온다”고 한숨지었다.

문희용 덕유상사 사장은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은 2000년대 중반에는 하도 사람이 몰려 청계천5가에서 종로5가까지 차로 30분이 넘게 걸렸다”며 “불황에도 봄·가을 이사철만큼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회상했다.

‘집방(집꾸미기 방송)’ 열풍도 악재로 작용했다. 본인이 직접 집을 꾸미는 ‘셀프인테리어족’이 늘면서 전문 시공업체를 쓰는 인테리어 자재보다 소형 가구나 소품 등만 구입하고 있어서다. 김 사장은 “예전엔 주택 외벽이나 지붕 등에 칠하기 위해 페인트를 한꺼번에 사서 인부까지 썼지만 요즘은 페인트를 조금만 사서 직접 문에 칠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 재건축과 재개발 인허가가 늘고 있는 것도 인테리어 시장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재건축 기대감에 소비자들이 인테리어 공사를 계속 미룬다는 얘기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1월 전체 인허가 물량 중 재건축·재개발 관련 주택은 1만4000가구로 작년 1월 대비 600% 늘었다. 반면 분양 실적(1만116가구)은 작년에 비해 31.3% 줄었고 주택매매 거래량(6만2365건)도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했다. 권정선 롯데벽지인테리어 실장은 “전·월세보다 주택 매매량이 늘어나야 인테리어업체들의 일감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시장이 불경기에 신음하는 것과 달리 소형 가구 시장은 활황이다. 이마트의 생활용품 전문매장인 더라이프는 작년 6월 킨텍스점을 연 뒤 6개월 만에 매출 20억원을 돌파했다. 가구업체 한샘의 작년 매출은 1조7122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29% 증가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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